“현대미술, 전통의 현대화라는 강박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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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요원
2020-09-11

경남도민일보 최석한 기자가 작성한 “현대미술” 에 대한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

전통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날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것’이다.

정의만 따져보면 지속적으로 전해지는 옛것은 곧 전통으로 해석된다. 전통을 사전적 정의대로만 이해해도 되는 걸까. 이런 물음에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한국 현대미술과 전통’을 주제로 열린 경남도립미술관 ‘2020 뮤지엄 렉처'(Museum Lecture) 온라인 강연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것으로만 이를 해석해선 안 된다며 전통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통은 기억과 같은 개념이다. 지나버린 시간을 머릿속으로 의식해내는 특별한 능력이 기억이다. 기억은 자의적인 것이다. 온전히 기억할 수 없다. 기억하고자 하는 필요성에 의해서 또는 현대인 자신에 의해서 재구성돼서 다시 만들어진다. 전통도 마찬가지다. 전통은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의 소산이다. 기억과 전통은 사라져버린 것들을 온전히 봉합해내거나 그대로 복원해내기보다는 필요성에 의해서 재구성하거나 파편화하기 때문에 전통을 지속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건 곤란하다.”

전통이라는 담론이 처음 등장한 건 1930년대. 이후 1960~70년대 급격한 서구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에 남아있던 전통사회의 흔적들이 사라졌고, 이 과정에서 전통이라는 화두가 중요하게 떠올랐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박 평론가는 어느 특정한 시간대에만 전통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며 전통이 무엇인지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전통시대 이미지로 선의 미, 백색의 미를 언급했다. 그러는 순간 한국 미술은 선의 미학과 백색이라는 담론으로 고착됐다. 조선의 많은 지식인과 미술인들은 선 백색 도자기를 한국의 전통으로 삼았고, 시장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작업이 줄기차게 이뤄졌다. 어느 것이 전통이라고 여겨지면 나머지 것들은 비전통이라는 이름 속에서 억압되거나 폐기됐다. 타자를 배제하는 건 순수한 정체성을 억압할 수 있다. 전통이라는 해석은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도상적으로 해석돼왔다. 넓게 생각해야 한다. 서양미술의 논리가 해내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 전통미술에 숨어있던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박 평론가는 현대미술의 문제점으로 ‘전통의 현대화’를 지적했다.

현대화는 현대미술의 특정한 방법론을 염두에 둔 것에 불과한데, 작가들이 현대화라는 어법으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빠져 있다고 박 평론가는 진단했다.

“한국 작가 대부분은 자신의 작업을 전통의 현대화라고 규정짓고 싶어 한다. 작가가 말하는 전통의 현대화가 무엇이냐고 깊이 있게 물어보면, 거기에 대해 썩 적합한 해명을 하는 작가는 적다. 현대화라는 수식어 자체가 자의적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많은 작가가 전통을 현대화하는 것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 대부분은 이런 과제에 짓눌려 있다.”

최석한 기자 ([email protected])

👌 세 줄 요약

  • 경남도립미술관 2020 뮤지엄 렉처 온라인 강연의 주제 ‘한국 현대미술과 전통’을 가지고 토론에서 박영택 미술 평론가가 ‘전통’의 개념을 새롭게 보자고 제안했다.

  • 전통은 기억이고, 기억은 재구성되기 때문에 한국 전통의 미라는 것이 어디서 왔고, 누가 규정지었고, 진짜인지에 대해서 고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한국 작가 대부분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전통은 강박적이다. 자의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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