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가의 처우개선과 인권보호는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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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요원
2020-09-09

주간경향, 박희정 기자의 ‘갑작스러운 완결, 웹툰 작가들의 노동 현실‘ 에 대한 보도입니다.

기사내용 (원문)

〈가담항설〉이 얼마 전 완결되었다. 2016년 1월 연재를 시작해 4년 반 동안, 매 화마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게 할 만큼 훌륭한 작품이었다. 가상의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저항과 연대, 나를 알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해냈다. 2018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고, 독자 댓글난은 늘 감동과 경탄이 넘쳤다. 그런데 독자라면 누구나 기다려 마지않던 마지막 화의 댓글난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감사와 격려의 말 사이사이, 실망과 의문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풀어내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갑작스레 끝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2시간짜리를 2분으로 압축한 느낌이었다.

랑또 작가의 가담항설

성글고 급한 마무리의 이유는 작가의 ‘건강’ 문제였다. 숟가락도 쥐기 어려울 정도로 손과 팔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소식을 알게 된 독자들은 차라리 휴재하고 회복한 뒤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하는 게 좋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댓글에 남기기도 했다.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 “살다 보면 결과를 알면서도 불나방 같은 삶을 살게 될 때가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담항설〉의 애독자로서 나는 이러한 질문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생각한다.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했는가.

플랫폼은 작가들의 노동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플랫폼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마감일’과 ‘분량’을 비롯해 플랫폼이 제시하는 계약조건 안에서 작업한다. 한국에서 웹툰은 주간연재가 일반적이다. 보통 회당 평균적으로 70컷 정도를 그린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화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 분량을 맞추기 위해 하루 10~13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있다. 이 노동시간에는 휴식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쥔 모습은 ‘쉬운’ 노동의 표상처럼 여겨지지만, 펜을 13시간 내리 쥔 채 움직이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근육을 혹사하는 일이다. 게다가 작가는 그 시간 안에서 스토리를 짜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독자들의 반응도 견뎌야 한다. 이렇게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만화가들은 근골격계질환부터 공황장애까지 다양한 신체적 이상을 겪고 있다. 한두 작가만의 특수상황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 산업재해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작가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산업재해 발생 이후 어떤 책임을 졌는가.

앞에선 언급한 독자의 말처럼 건강문제로 휴재하는 작가들이 드물지 않다. 그러나 휴재를 편하게 택할 수 있는 작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플랫폼은 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독자’들도 채찍이 된다. 독자와의 약속, 프로정신 같은 말이 울려 퍼지는 자리에 작가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에 관한 관점은 뒷전이다. 여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플랫폼이다. 2017년 웹툰작가협회가 창립하고 회차당 분량의 정상화, 웹툰 PD의 전문화, 악성 댓글에 대한 플랫폼의 강경 대응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웹툰시장이 10년새 10배 성장해 ‘1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쏟아져야 할 기사는 이게 아니다. 노동으로서의 만화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시장은 커지겠지만 사람은 계속 갈려나갈 것이다.

박희정 기자

 

네이버뉴스, 김인경 기자의 ‘네이버와 콘텐츠’ 에 대한 보도입니다.

기사내용 (원문)

대기업 반열에 오른 네이버. 우리나라 벤처의 상징이자 선망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 회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커머스, 부동산 등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집어삼키는 공룡. 실질적인 뉴스 권력으로 정치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라는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콘텐츠는 네이버가 고른 미래 먹거리다. 사업을 지탱하는 두 축은 웹툰·브이라이브(V LIVE)다. 네이버의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콘텐츠 부문은 웹툰의 성장과 브이라이브 아티스트의 활동 재개로 전년동기 대비 58.9%, 전분기 대비로는 43.8% 성장한 7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성장률이 가파르다.

둘다 ‘네이버 DNA’에서 탄생한 신(新)유형의 서비스인 데다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네이버의 기대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초록창’보다 유튜브가 더 가까운 ‘Z세대(1997년 이후 출생한 세대)’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어 전망이 밝다. 이렇듯 네이버가 성장할수록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웹툰, 세계서 통할까

2004년 첫 선을 보인 네이버웹툰은 2006년 아마추어 작가들이 작품을 올려 등단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인 ‘도전만화’를 내놨다. 2012년 ‘유료보기(미리보기·완결보기)’를, 2013년 광고와 콘텐츠 판매를 결합한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을 공개하면서 수익화에 성공했다. 2014년 ‘라인웹툰(이하 네이버웹툰으로 통칭)’으로 세계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웹툰 판에서 네이버웹툰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 이용자의 91.8%(중복기준)가 네이버웹툰을 이용 중이다. 이달 2일에는 업계 최초로 유료 콘텐츠 하루 거래액 30억원을 돌파했다. 작가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초창기에는 “주2회 연재로 받는 월 고료가 20만원(조석 작가)” 꼴이었지만 올해 기준 국내 정식연재 중인 한국 작가 중 최상위 작가 10명의 평균 연 수익은 31억원에 달한다. 또, 연재 중인 작가의 58%(249명)는 연 1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세다. 올해 7월 전세계 월간활성사용자수(MAU) 650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 12월 출시한 프랑스어 서비스의 MAU도 단기간 내 200만명을 넘어섰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는 연평균 성장률 71%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는 넷플릭스처럼 현지 콘텐츠를 키우기 위해 도전만화 시스템을 각국에 적용했는데, 이를 통해 전세계 아마추어 창작자 64만여명, 프로페셔널 창작자 2000명이 활동하는 대규모 창작 생태계가 조성됐다. 특히, 미국의 ‘캔버스(CANVAS)’에는 전세계 창작자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일종의 ‘등용문’ 역할이다.

세계 만화 콘텐츠 시장은 ‘웹툰 종주국’ 한국을 제외하면 아직도 출판만화가 주류다. 코로나 확산은 출판만화 창작자들이 캔버스에 대거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캔버스 창작자와 작품 수 모두 50% 가까이 증가했다. 결제 전환율과 재방문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월간 결제자수는 전년동기 대비 2배, ARPPU는 50% 가까이 성장하며 거래액 성장을 견인했다. 캔버스의 연재 작품 수도 지난 3년간 연 108%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가 제시한 지표 가운데 가장 유의미하게 읽힌 숫자는 ‘나이’다. 미국, 멕시코, 프랑스의 네이버웹툰 이용자 가운데 Z세대 비율은 각각 69%, 67%, 75%를 기록 중이다. 네이버도 웹툰의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5월에는 LA에 위치한 미국법인(웹툰 엔터테인먼트)을 중심으로 일본·중국의 글로벌 웹툰 사업 재편을 결정했다. 웹툰을 애니메이션·영화·게임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IP(지적재산권) 사업을 가속화해, ‘아시아의 디즈니’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코로나로 온라인 길 열린 브이라이브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글로벌 영향력을 갖추게 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브이라이브’도 동반성장을 이루고 있다. 브이라이브는 아이돌이 직접 방송을 켜고 끌 수 있는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아이돌 팬들에게는 필수 앱이다. 아이돌의 활동을 직접 챙기기 어려운 해외 팬들에게도 유용한 서비스다. 실제로 브이라이브는 해외 이용자가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5월 기준 3472만명. 6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는 9318만건으로, 네이버에서는 올해 1억 다운로드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브이라이브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공연이 잠정중단되고, 온라인 팬미팅·공연 수요가 늘면서 브이라이브 전체 유료 거래액은 지난 5월 연초 대비 최대 11.7배 증가했다. 네이버측은 “1~2월은 평시 공연 비수기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이 중단되면서 브이라이브로 (수요가) 옮겨진 특수한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 유료 콘텐츠 상품(V LIVE+) 건수는 5배, 구매자 수는 33배 증가했다. 판매건수는 38.2배, 거래액은 25배 성장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SM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전용 유료 라이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도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비욘드 라이브는 전세계 7만5000명이 동시 관람, 1회 공연으로 오프라인 대비 7.5배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네이버는 시너지 효과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1000억원 투자를 진행하고, 팬클럽 서비스인 ‘팬십(Fanship)’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네이버는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서도 ‘글로벌향(向)’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얼굴인식, AR(증강현실), 3D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으로 만든 아바타를 만드는 ‘제페토’는 글로벌 누적 가입자 1.4억명을 확보했다. 해외 이용자와 10대 이용자 비중이 각각 90%, 80%일 정도로 글로벌에서, 또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4월 네이버가 스노우에 700억원 출자를 결정한 이유다. 네이버의 스노우 누적 출자액은 지금까지 3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숙제들

약세인 콘텐츠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음원이다. 지난 3월 코리안클릭 조사결과 네이버의 음원시장 점유율은 5%대를 기록 중이다. 카카오의 멜론(36%), KT의 지니뮤직(24%), SK텔레콤의 플로(17%)에 비하면 존재감은 ‘제로’ 수준이다. 인별 정산방식 도입으로 차별화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오디오 콘텐츠는 여전히 투자에 집중하는 단계다. 앞서 네이버는 KTB네트워크와 총 300억원 규모로 오디오콘텐츠 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새로운 포맷의 오디오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투자해온 바 있다. 웹툰, 웹소설 원작 오디오 드라마·시네마를 선보이고 상담소·레슨 등 콘텐츠 다변화를 지속하면서 오디오클립은 작년 5월 대비 연재채널 3059개를 기록하는 등 2배 성장을 이뤘지만, 가입자수나 월간 청취자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규모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관계자는 “웹툰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디오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보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웹소설·웹툰에 비해 오디오 콘텐츠의 활용범위는 다소 한정적이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몸집이 커지면서 네이버가 플랫폼으로서 져야 할 책임의 영역도 강조되고 있다. 웹툰의 사회적 약자 대상 혐오·비하표현 관련 논란이 대표적이다. 올해 웹툰 <복학왕>은 여성혐오를 담고 있다는 비판을, 지난해는 청각장애인이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항의를 받았다. 2017년에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의 여군에 대한 과도한 성적 대상화에 반발한 일부 독자들이 연재중단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감자고등학교’에 다니는 지방 학생들이 감자만 먹는다고 묘사해 지역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에는 중국인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로 등장하는 작중 전개로 도마에 올랐다. 이는 작가의 사과와 중국 사이트에서의 <외모지상주의> 연재중단으로 일단락됐다.

물론, 이 같은 논란들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요하며 ‘표현·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작가의 퇴출이나 연재 중단 요구는 부당하다는 문제제기 역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웹툰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국내 웹툰도 북미・유럽 등 각국으로 연재처가 확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심의 가이드라인이 혐오·비하표현과 관련해 보다 세심하게 다듬어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 회사측도 고민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회적인 정서가 점점 변화함에 따라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 모니터링 조직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하방에 대한 보상책이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정식연재를 시작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국내 아마추어 웹툰 창작자에 대한 보상체계는 미비한 편이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캔버스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광고수익을 배분해주고 있다. 웹소설의 경우, 챌린지리그에서 베스트리그로 승격된 작품들은 유료 상품 등록을 통해 시리즈앱의 유료판매 수익이 지원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난 6월 개편된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2014년부터 베스트도전만화 PPS를 적용한 바 있으나 현재는 종료됐다. 미리보기를 적용할 순 있지만 작가들의 바람은 정식연재이기 때문에 포텐업(제작비 지원 및 프로듀싱)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보다 확대된 개념의 후원 시스템을 적용하고자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김인경 기자(shippo@bloter.net)

그래프=네이버제공

 

조익상 만화평론가의 주간경향 기고글입니다. 

컬럼 [만화로 본 세상]학교 폭력으로 시작한 웹툰 두 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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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학교 폭력 장면을 담은 두 웹툰이 있다. 하나는 <외모지상주의>(박태준, 2014~), 다른 하나는 <연의 편지>(조현아, 2018)다. 모두 첫 화에서 학교 폭력 장면을 그렸다. 주인공이 학교 폭력을 뒤로하고 새 학교로 전학 간다는 점까지 닮은 두 작품은, 하지만 너무나 다르다.

웹툰 <외모지상주의> 의 한 장면 / 네이버웹

웹툰 <외모지상주의> 의 한 장면 / 네이버웹

<외모지상주의>는 폭력 행위 묘사가 주를 이룬다. 가해자의 위압감을 강조하고 가해 행동을 액션 영화처럼 시원하게 연출하며, 피해자는 희화화해 비참하고 못나게 묘사한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혐오의 언어도 시시때때로 발화된다. 그 안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도,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도 찾기 어렵다.
<연의 편지>는 직접적 가해행위를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물리적 폭력은 구타의 순간 주인공 소리가 말리는 장면으로 갈음되고, 그 후 소리로 방향을 튼 폭력은 싸늘한 시선과 책상 위 낙서로 압축되어 표현된다. 가해행위 묘사를 최소화한 반면 그것이 피해자에 남긴 상흔을 그리는 데 훨씬 더 많은 칸을 할애한다. ‘피해자답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딛고 살아가려는 주체로 그려낸다.
시작 지점의 다른 선택만큼이나 두 작품이 걷는 길은 확연히 갈린다. 전자는 주인공 형석을 새 학교의 (생각보다 착한) 일진 무리에 밀어넣고 주로 폭력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길을 택했다. 5년이 넘도록 장기 연재하고 있으나 초반부의 기발한 설정과 제목에 담은 비판적 주제의식은 연재가 길어질수록 빛을 잃는다. 트렌드를 좇은 요소들과 액션으로 찰나의 쾌감은 줄지 모르나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연의 편지>의 한 장면 / 네이버웹

<연의 편지>의 한 장면 / 네이버웹

<연의 편지>는 애초에 10부작으로 기획해 좋은 주제를 그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학교 폭력은 우정에 입는 상처다. 소리는 반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나 새 학교에서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편지를 추적해 가는 모험을 거치며 새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상처를 치유해낸다. 사람과 공간에 대한 따스하고 섬세한 시선 덕에 그 여정은 진중하면서도 즐겁다. 작화와 이야기, 연출 등 만화의 모든 영역에서 굉장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두 작품은 같은 네이버웹툰에서 4년의 시차를 두고 배출되었다. 전자가 발굴과 방임이라면 후자는 육성과 기획으로 요약된다. 작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플랫폼은 방관하며 페이지뷰만 올리던 오픈마켓 방식의 산물이 <외모지상주의>다. 그래서 뻔하고 게으른 표현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묘사가 이어졌음에도 작가 뒤에 숨은 플랫폼은 집중포화를 피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알듯, 그 시절은 끝났다.

<연의 편지>는 더 이상 플랫폼이 오픈마켓일 수 없는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표현과 묘사가 섬세하고 무해한 것은 기본적으로 조현아 작가의 소양 덕이겠으나, 네이버가 제공해 작가가 참여한 루키 단편선 같은 육성의 의의도 적지 않다. 창작 활동을 뒷받침하고 형식과 분량을 조언했을 네이버웹툰 담당자들의 애씀 또한 좋은 작품이 탄생한 배경이다. 애니메이션 티저와 플레이툰도 성공을 거들었다.

“공략하기보다는 낙후시켜라” 했던 조한혜정 선생의 말은 <연의 편지>로 대표되는 작품군이 <외모지상주의>로 대표되는 작품군을 낙후시키는 과정에 꼭 들어맞는다. 그 과정의 행위자·주체는 작가만이 아니다. ‘자율 규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와 표현의 윤리를 위해 편집권을 발동하는 것은 이제 플랫폼의 당연한 책무이자 보람이다. 작품에 더 높은 기준을 기대하고 이를 위해 조력하는 것은 검열의 방식이 아니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미디어오늘의 김예리 기자의 기사입니다. 

웹툰작가 “비상식노동에 악성댓글, 플랫폼 도대체 어딨나” – “각종 산재, 휴재불이익 강요… 수익절반 갖는 플랫폼 책임은” 만화단체들 웹툰 노동권 첫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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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단체들이 장시간 노동과 악성댓글 피해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웹툰 플랫폼업체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장작노동자지회, 한국여성만화가협회 등 3개 만화계 단체는 22일 “작가에게 비상식적인 노동을 요구하는 웹툰 업계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웹툰 작가는 일 주일 동안 콘티, 스케치, 보정, 식자 등 60컷 이상의 노동을 견뎌야 하며, 이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작업을 요구한다”며 “무리한 노동과 동시에 작가는 독자에게 받는 악성 댓글과 비난, 성희롱까지 견뎌야 한다”고 밝혔다. 작가들은 “이로 인해 건강상 문제와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잠조차 잘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이들은 웹툰 플랫폼이 이 같은 상황을 방치 혹은 강요해왔다고 했다. 이들은 “작품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플랫폼은 이 상황에 무슨 책임을 졌는가?”라고 물은 뒤 “악성 댓글과 작가의 건강 문제는 오롯히 작가만의 몫이 됐으며, 작가는 독자들에겐 ‘프로정신이 부족하다’, 플랫폼에겐 ‘휴재는 안 된다’는 대답을 들을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작가들은 과노동과 악성 댓글에 대해 끊임없이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업계는 ‘수익성’이란 이유만으로 현 사태에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일부 플랫폼은 몇 년간 휴재를 금지하는 조항을 삽입하기도 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시 불이익에 대한 강요마저 있지만, 정작 플랫폼이 작가에게 보장하는 책임과 의무는 없다”고 했다.

 

단체들은 “업체가 ‘국내 웹툰 1조원 시장’이란 허울에 사로잡혀 작가를 혹사시키는 현 사태는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뽑아버리는 행위”라며 웹툰 플랫폼들과 정부에 요구안을 밝혔다. 플랫폼을 상대로 △작가들의 산업재해 인정과 대책 마련 △작가의 건강상 휴재에 불이익 중단 △악성 댓글에 대한 작가 보호와 법률 지원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에는 웹툰 작가들의 노동 구조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해당 성명은 만화계가 웹툰 작가의 창작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사실상 첫 공동 입장문이다.
▲‘2019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서 평균 창작활동 시간 그래프.
▲‘2019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서 웹툰 작가들의 평균 창작활동 시간 그래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를 보면 웹툰 작가의 하루 평균 창작노동 시간은 10.8시간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19.2%는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한다고 답했다. 일주일 중 창작 일수는 5.7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간 연재한 작가의 절반(50.1%)은 1년 총수입이 3000만원 미만이었다. 반면 작가들은 총 수입에서 작업실과 웹툰 프로그램과 장비, 어시스턴트 등 비용으로 평균 39.3%를 지출했다. 창작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입이 적을수록 높아졌다. 보고서는 “(웹툰 작가가) 한번 휴재를 하게 되면 독자 감소, 유료 결제분 감소, 고료 미지급 등의 문제로 인해 작가들이 쉽게 휴재를 하지 못하며 이는 심한 노동 강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관의 ‘2019년 만화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 가운데 네이버 웹툰을 주로 이용하는 독자가 76.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는 카카오페이지가 9.2%, 다음웹툰 6.9%, 레진코믹스 2.7%, 탑툰 1.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웹툰은 최근 3년 간 만화 창작활동 분야 가운데 작가 수 기준 85.5%를 차지한다.

<김예리 기자>

 

 

👌 세 줄 요약

  • 최근 연재를 마친 네이버의 인기 웹툰 <가담항설>의 랑또 작가의 건강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완결된 작품의 완성도를 비난하는 독자들에 반발하는 의견으로 함께 터져나왔습니다.
  • 평균 주 3일 연재의 중노동과 소비자의 직접적인 악플반응에 시달리는 웹툰 작가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대형플랫폼의 인기 작품의 사회적 영향력도 만만치 않아서 작품의 질이 플랫폼에 의해 관리되고 있기는 한지 의문을 가지는 관계자와 독자가 늘고 있습니다.
  • 네이버 웹툰은 2015년 네이버로부터 독립하여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인기 글로벌 해외 기업입니다.  연재되고 있는 콘텐츠 수도 늘어나면서 월  순사용자 6700만 명 이상, 월 수입은 800억을 넘습니다. 다른 웹툰 플랫폼도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작가와 콘텐츠를 통해서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한번 계약하면 장기연재가 기본인 웹툰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과연 웹툰의 유통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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