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전시 소개 (1)

<이것은 풍경화가 아니다 – 김현수展>

2020년 11월 13일 (금) – 12월 24일 (목)

젤리스톤갤러리 Jellystone Gallery

서울 강남구 언주로133길 20 1층

관람 시간 : 11:00~19:00 / 일요일 공휴일 휴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변 환경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모든 물리적 • 정신적 체험들은 좋게 든 나쁘게 든 원체험(原體驗, 기억에 오래 남아 영향을 끼치는 어린 시절의 체험)으로 무의식에 저장되고, 특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심상은 바로 이 경험치에 기인한다. 김현수의 풍경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작가는 푸른 잔디, 울창한 나무, 끝없이 펼쳐진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 정착하여 작품 활동 중에 있다. 그는 도시 생활에서 갑갑함을 느낄 때마다 제주도와 관련된 모든 감각들을 되살려 자신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제주 풍경을 그린다. 그런데 그림 속 풍경이 실제로 보았던 장소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연물을 나타내는 형태 하나하나가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실존하는 장면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회화는 풍경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다. 그가 그린 제주 풍경은 언젠가 실제로 본 적이 있는 풍경이 아니라, “내가 어린 시절 좋아하던 생활 환경이 이런 모습이었을 수 있겠다”라는 전제를 두고 그려진 가상의 연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VR 기술 발전에 환기와 쉼, 치유, 충전을 기대하듯, 작가는 과거의 심상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결정짓기에 앞서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잠시나마 막혀 있던 감정을 해소함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다. 그렇게 잠시 성찰의 시간을 보낸 후, 그 장소에 살던 자신을 관찰하고, 자기 주변을 관찰하고, 풍경화를 위한 자연물의 형태를 하나둘씩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서울에서의 치열한 매일은 ‘모난 내가 이리저리 구르며 다듬어지는 시간’이고, 제주 풍경을 그리는 일은 ‘여기저기 부딪히느라 고된 자신을 보듬고 생기를 되찾는 일’쯤이 되겠다. 그래서 김현수가 그리는 풍경이란 그의 마음에만 존재하는, 실제 풍경의 그림자와도 같다. 어쩌면 우리 각자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풍경이란 전부 이렇게 실존하지 않는 모습에 더 치우친 채 존재하는 것일지도.


△김현수, 못(낮)

130.3X194cm, 장지에 채색, 2020

△김현수, 못(밤)

130.3X194cm, 장지에 채색, 2020


  그럼에도 김현수의 회화는 풍경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다. 그것도 작가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풍경화이다. 그림 속 돌과 나무들은 작가의 마음 밖으로 나오고서야 비로소 풍경화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된다. 좀 더 정확하게는 작가의 원체험에 쌓여 있는 자연의 요소들은 온전히 그의 마음에 의지하여 밖으로 꺼내지기에, 작가가 본 과거의 풍경과 바깥의 풍경 사이에서, 즉 작가의 마음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풍경화로 완성되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세상과의 교감, 끊임없이 자기 밖의 존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식으로 생을 유지하기에 김현수 또한 가능하지 않은 가상 풍경의 존재 가능성을 조금씩 자신의 마음으로 그려가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현수의 그림은 풍경화이지만 풍경화가 아니며, 풍경화가 아니지만 또한 풍경화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들 또한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었지만 존재하게 될 수도 있고,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것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도, 어우러짐도, 억지스러운 구성도 아니다. 그저 작가가 어린 시절 자연에서 체험한 행복의 단편적인 형상이고, 당시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매개체이며, 평소에 잊고 지냈지만 작가가 오랜 시간 자기 신체의 감각기관에 저장해 온 제주 풍경에 대한 개인의 결론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자기 마음을 들여다본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더 많은 시간 동안 마음을 들여다보게 될까.


_장서윤(갤리스톤갤러리 전시팀장), 모든 것은 온전히 마음이 지어낸 것


<Zoom in(人) 예술가 : 2020 구리 작가 릴레이션>

2020년 11월 13일 (금) – 11월 28일 (토)

구리아트홀 갤러리  GURI ARTS HALL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390

관람 시간 : 10:00~18:00 / 월요일 휴관

  <Zoom in(人) 예술가 : 2020 구리 작가 릴레이션>은 2020년 구리문화재단 출범 기념전으로,  구리시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삼택, 황현숙 작가가 ‘시작, 도약’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입니다. 

  김삼택 작가의  [희망과 역동]은 일출을 통해 이 땅이 하늘의 에너지로 되살아나는 아름다움을 담았습니다. 황현숙 작가 [일어서는 풀]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시각화한 작품으로 인간과 자연, 자연과 인간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일어서는 풀’에 빗대어 생명의 존귀함을 담고 있습니다. 

  김삼택 작가의 [희망과 역동] / 황현숙 작가의 [일어서는 풀]의 전시는 ‘도약’이라는 대주제로 회화와 사진이 자아내는 각기 다른 예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며, 늘 우리의 곁에 있는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_<Zoom in(人) 예술가 : 2020 구리 작가 릴레이션> 전시 개요 中

<Where Is My Voice – 우정수 展>

2020년 11월 18일 (수) – 12월 23일 (수)

두산갤러리 서울 DOOSAN Gallery Seoul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15 (연지동 269-2번지) 두산아트센터 1층

관람시간 : 10:30~20:00 / 주말, 공휴일  10:30~19:00 / 월요일 휴관

  두산갤러리 서울에서는 작가 우정수의 개인전 《Where Is My Voice》를 2020년 11월 18일(수)부터 12월 23일(수)까지 개최한다. 《두산아트랩 2017》 전시에 참여했던 우정수는 2020년 상반기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뉴욕에 체류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회화 <Where The Voice Is>(2020)를 중심으로 벽지와 패브릭 설치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며 그의 다양한 작업 방식에 주목한다.

△우정수, Where is my voice

45.5×37.9 cm, 캔버스에 아크릴과 잉크, 2020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인 우정수의 신작 <Where The Voice Is>(2020)은 두산갤러리 서울의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약 10mx2m 크기의 대형 회화이다. 이 작품은 하나의 캔버스가 아닌 16개의 크고 작은 캔버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정수는 분할된 캔버스를 통해 ‘목소리(voice)’와 연관된 에코(echo) 신화와 세이렌(siren) 신화를 도상과 패턴 등 자신의 회화적 모티브에 파편적으로 담아냈다. 이 두 신화는 저주를 받아 남의 말대답만을 반복하는 요정 에코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죽음으로 이끄는 세이렌의 이야기로, 목소리를 매개로 전개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한편 <Where The Voice Is>에서 작품의 전면과 함께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캔버스의 배경이 되는 뒤쪽 벽면이다. 우정수는 한 뮤직비디오에서 발견한 앤티크 한 벽지의 모티브를 차용하여 고전 판화를 연상시키는 동굴 속 인물의 이미지, 식물과 오브제 등을 가는 선으로 그렸다. 이후 이것을 반복적인 패턴으로 만든 뒤, 벽지로 프린트하여 회화의 배경 화면으로 삼았다. 작가가 아이패드로 그린 벽지의 패턴 이미지와, 캔버스의 신화적 모티브들은 서로 이야기를 만들고, 주고받으며 보는 사람의 눈을 화면 안과 밖으로 오가게 만든다. 

  (……) 이번 《Where Is My Voice》에서 우정수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동하는 이미지에 대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가는 항해자의 여정과 같이, 도상과 패턴의 자유로운 사용, 다채로운 색과 선, 질감과 지지체의 실험 등을 통해 평면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우정수의 작가적 태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_<Where The Voice Is>(2020)의 전시 정보 中

<An edition : 김가슬 개인전>

2020년 11월 14일 (토) – 11월 27일 (금)

0 Gallery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13길 70 201

관람 시간 : 14:00~19:00 / 월요일 휴관 

  ‘Edition(에디션)’이라는 단어는 미술 분야에서 직접 쓰이기보다는 주로 ‘1/n’ 의 형태로 표기된다. 예를 들어 어떤 시각물 또는 출판물에 ‘3/10’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10’은 ‘작품(O)’의 총 개수가 10개라는 것을 의미하고 ‘3’은 그 ‘작품(E)’이 10개의 작품 중 3번째에 해당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방식의 표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999/1000’보다는 ‘5/100’가, ‘5/100’보다는 ‘1/10’이 가치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값은 그렇게 매겨지고 여겨진다. 가치가 복수가 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이번 전시 ⟪An edition⟫에서 김가슬은 지금까지 판화라는 매체를 사용하며 끊임없이 마주해왔던 에디션 개념을 내려놓는다. 부정관사1 ‘An2’이 붙어버린 ‘Edition’, ‘An edition’은 더이상 어떠한 정보나 의미를 나타내지 못한다. 이 의미를 상실해버린 에디션의 자리에 김가슬은 하나의 그림으로서 ‘드로잉’을 놓는다. <No.43, No.8 를 이용한 드로잉>, 작품 제목이 말해주듯 각각의 작품은 판화(Printmaking)라는 방식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결코 반복할 수 없는 하나의 드로잉으로 완성된다. 이 드로잉의 가치는 1/n 로 쪼개질 수 없고 n개의 복수로 늘어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전시가 ‘에디션’의 의미를 부정하거나 ‘판화’의 가치를 약화시킨다고 본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오히려 김가슬은 이번 전시를 통해 판화(Printmaking) 작업의 전 과정을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재생산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디션이 불가능할 뿐이지, 없애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작품의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을 뿐이다. 작품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_김가원 서문 <<An edition>>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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