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화가 팀 아이텔(Tim Eitel, 1971~)의 그림에는 유독 ‘뒷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등을 돌리고 무언가를 응시하는 사람, 고개 숙인 채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 무언가를 바라보며 몰입하는 듯한 사람..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얼 하는 사람인지 관객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죠.
이 사람은 누구이며 여긴 어딜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왜 뒷모습만 보여주는 걸까..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가 아무것도 없기에 작품 앞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윽고 자신도 모르게 그림의 톤 앤 매너에 물들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림 속 인물과 알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 자신을 그에게 대입해보기도 합니다.
그는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화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꽤나 심오한 부분이 많습니다. 인간내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